지속가능성
1922년 경상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마산대동양조장에서 한통술이 시작되었습니다. 한통술은 인근 지역 일대에 '한국술의 가치'를 일으켰습니다. 뛰어난 맛과 향을 가진, 머리가 아프지 않은 술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직접 띄운 누룩을 정성스레 보살펴온 결과였습니다. 그 진심은 3대째 이어졌습니다. 김용완 장인은 어릴 적부터 누룩과 함께 자라며 누룩을 끊임없이 연구해 왔습니다.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최상의 술을 만들자’는 장인의 다짐은, 한국술 복원에 대한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한통술은, 문헌 속에 기록된 천여 가지 한국술을 현대에 맞게 복원하며 그 가치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누룩을 사랑한 할머니와 손자 이야기
어린시절 할머니와 함께 방을 사용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새벽마다 일어나셔서 누룩방을 관리하셨지요. 그러다 출타하시거나 몸이 불편하신 날이면, 나에게 누룩방 관리를 부탁하셨어요. 할머니는 이른새벽 잠들어 있는 나를 깨우시곤 “누룩방 아래 봉창(창문)을 열어 놓아라” 하셨어요. 또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위쪽 봉창을 열어 두어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나는 어린시절 날마다 누룩방을 오갔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무렵, 할머니께 누룩방 관리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누룩방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말입니다. 할머니께서는 “누룩은 사람과도 같아서 너무 덥게도 너무 차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도 너무 더운데 오래 있으면 병이 생기고, 너무 추운데 오래 있으면 생활이 불편하다.”고 하셨습니다. 누룩에 피는 곰팡이도 사람과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누룩을 빚어 띄울 때는 어린아이 보살피듯 정성으로 보살펴야 한다’고 하신 할머니의 말씀이 새록새록합니다.
고문헌 속의 누룩을 연구하고 <한국누룩> 을 재현, 복원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는 지금, 어릴 적 할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이 생각납니다. 할머니의 진심어린 방법이, 현대의 미생물학적 발효방법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과학적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가의 완벽주의가 빚어낸 술
김용완 장인은 데이터를 통해 술을 빚는 완벽주의자 입니다. 20여 년의 세월 동안 장인은 3,000회 이상 한국술을 빚어왔습니다. 균형잡힌 맛과 향을 가진 술이 나올 때까지 관찰하고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경영양조방식의 양조 메뉴얼을 정립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정한 품질과 맛을 갖춘 술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김용완 장인의 술은 계절과 환경에 영향받지 않습니다. 편법을 마다하고 정성을 어린 한통의 술에 고집있게 몰입해온 덕입니다. 오늘도 장인은 자연과 미생물, 시간을 벗 삼으며 완벽한 한통의 술을 빚어갑니다.
임금누룩으로 빚는 한통술
우리는 특화된 발효실에서 직접 띄운 향온곡 누룩을 사용합니다. 고려시대에는 양온서, 조선시대에는 사온서, 궁중에서 왕이나 임금이 마시는 술을 빚는 관청의 이름입니다. 이 때 주로 사용하던 누룩이 내부비전곡 '향온곡'입니다. 이 누룩들의 재료는 녹두와 보리, 밀이 주재료이며, 술을 빚으면 그 맛과 향이 탁월하여 한 잔을 마시면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술이므로 일반 대중들에게 천기를 누설하여 세상을 어지럽게 하지마라. 라고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발효식품의 달인들인 우리 조상님들이 수많은 세월동안 시대별로 발전하면서 기록되어온 술방문들이 고문헌 속에서 벗어나 최근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보적인 양조방법들은 고유의 누룩으로 빚는 것이 원칙인데요. 이렇게 빚어낸 술들의 독특함과 멋짐은 그야말로 찬란한 문화유산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한국술' 들을 다시 살려내고 부흥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술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누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독특하고 고유한 누룩제법들을 문헌 속에서 찾아내어 누룩의 곡물별 발효방법에 따라 시대별로 변화, 발전된 제법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현대의 미생물학과 이화학, 양조학의 접목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의 누룩제조 매뉴얼을 정립하였습니다.
좋은 술을 빚는 첫걸음은 좋은 누룩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술을 빚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누룩부터 빚어야 하죠. 남들이 만들어서 판매하는 누룩은 품질과 역가(Saccharogenic Power S.P)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술을 빚을 때 누룩의 품질이나 역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관례에 따라 누룩의 양을 정해서 술빚기에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죠. 빚고자 하는 술의 맛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기 되기 때문입니다. 한통술에서 사용되는 누룩은 직접 빚은 임금누룩을 사용합니다.